24절기 세 번째인 경칩(驚蟄), 날짜와 세시풍속, 속담을 알아보자...
"24절기 세 번째인 경칩(驚蟄), 날짜와 세시풍속, 속담을 알아보자." 오늘의 포스팅 주제입니다.
확실히 3월이 시작되자마자 공기가 달라진 듯합니다. 포근함을 지나 살짝 따스함도 느껴지는데요. 그처럼 좋았던 날씨가 주말에 잠시 영하기온으로 떨어진다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경칩 절기가 다가온 것과 연관이 있는 듯합니다. 오늘은 24절기 중 하나이자 계절 봄에 맞이하는 세 번째 절기인 경칩에 대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경칩이란 무엇인가? 올해 경칩 날짜는?
우수(雨水) 다음으로 찾아오는 절기 경칩은 다른 말로 계칩(啓蟄)이라고도 불리며 말 그대로 겨우내 잠을 자던 온갖 미물, 그중에서도 벌레와 개구리가 겨울잠 즉 동면에서 깨어나고 웅크리고 있던 벌레들도 꿈틀거린다고 하는 날이랍니다. 봄의 기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절기가 되겠습니다. 이 경칩에는 태양의 황경이 345도 부근에 위치하게 됩니다. 해마다 양력 3월 5,6일 무렵이 되면 경칩 절기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올해 2022년의 경칩 날짜는 양력 3월 5일이 되겠습니다.
반기룡의 '경칩'이라고 하는 작품에 보면 “개구리가 칩거 생활에서 풀려나며 파안대소하네”라는 글귀가 나오는데요. 칩(蟄)은 동사로는 숨다, 틀어박혀 나오지 않다는 말이며 명사로 사용하면 겨울잠 자는 벌레라는 뜻도 가능합니다. 경칩 무렵 대륙에서 남하하는 한랭전선이 통과하면서 흔히 천둥이 자주 울리곤 하는데 이것 때문에 땅속에 있던 개구리나 뱀이 놀라서 튀어나오기에 경칩에 놀랄 경(驚) 자를 썼다는 설도 전해 내려옵니다.
경칩의 세시풍속
1) 전적과 선농제
예로부터 경칩 절기를 맞이하면 농사를 짓는 밭에 불을 피우는 것을 엄하게 금지하였으며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들을 정비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왕과 농민들이 함께 밭을 일구는 ‘전적’과 풍년을 기원하는 ‘선농제’를 하였다는 기록도 전해 내려옵니다.
2) 개구리, 도롱뇽 알 먹기
옛날에는 경칩일에 개구리 알이나 도롱뇽 알을 먹으면 몸에 좋다는 속설이 있어서 시냇가 등의 물이 고인 곳에서 일부러 그걸 찾아 먹기도 했습니다.
춘궁기가 있던 과거에는 그것으로라도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속설이 일면 타당했을지도 모릅니다.
3) 경칩에 흙일 하기
경칩 때 흙일을 하면 집안에 흉이나 탈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해서 겨우내 찬 바람을 막아주었던 소중한 흙담을 고치거나 흙벽을 새로 칠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집안에 빈대가 많았던 과거에는 빈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흙벽을 새로 칠했다는 풍습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4) 고로쇠 수액 마시기
나무 자체에서 나오는 수액 그중에서도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채취하여서 마시게 하였다는 풍습도 전해집니다. 건강을 기원하며 수액을 마시면 위장병이나 속병, 그리고 관절염과 신경통에 좋을 뿐만 아니라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여겨서 선조들은 경칩 절기에 수액을 마셔 몸을 챙기기도 하였습니다.
5) 은행나무 알 서로 주고받기
우리 선조들은 경칩일에 사랑하는 남녀가 사랑의 징표로써 은행 알을 선물로 주고받아 먹고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 밖의 은행 수나무와 암나무를 도는 것으로 사랑을 확인하고 다지는 풍속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은행나무는 수나무와 암나무가 따로 있어 서로 바라보는 가운데 사랑의 열매를 맺기에 은행나무와 그 열매에서 순결한 사랑이라는 의미를 유추하였기 때문인 듯합니다.
경칩은 꽃이 피어 봄이 제철을 맞게 되고 이와 함께 농사를 비롯하여 겨우내 미루어왔던 일들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바쁜 철입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봄은 마음으로 맞이하는 철일 뿐만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는 철이기도 합니다.
경칩은 땅이 풀리고 그 속의 벌레들도 깨어나고 초목도 생육을 재개하고 농사도 시작되고, 춘정도 발동하는 진정한 소생과 약동이 시작되는 계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절기 경칩과 관련된 속담
1) 경칩이 지난 게로군.
한낱 미물인 벌레들일라도 경칩이 되면 입을 떼고 울기 시작하듯이 입을 다물고 있던 사람이 말문을 엶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2)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깬다
경칩이 되면 땅이 완전히 풀려서 겨울잠을 자던 모든 동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개시한다는 뜻입니다. 식물도 본격적으로 움을 틔우고 새싹을 내기 시작합니다.
3) 우수에 풀렸던 대동강이 경칩에 다시 붙는다.
추운 겨울 날씨가 풀리는 절기를 그대로 표현한 속담으로 아무리 추운 날이라도 우수 경칩을 지나면 누그러짐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우수에 풀린 날이 경칩에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살짝 몰려올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4) 정이월에 대독(김칫독) 터진다.
경칩에 갑자기 꽃샘추위가 몰려와 사람들을 다시 움츠리게 합니다.
이는 경칩이 우수와 함께 아직은 겨울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는 봄의 교절기 즉 봄과 겨울이 교차하는 절기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봄은 언제나 한걸음에 달려오지 못하고 몇 번씩 뒷걸음질을 친 끝에 오고야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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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섭의 경칩이라는 작품에 보면 이런 글귀가 등장합니다.
“봄으로 가는 날은 가까우나 거저 오는 게 아니야. 봄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지, 꽃샘 눈보라가 밀려오고 꽃샘추위가 부풀어 오른 꽃눈 얼어 터지게 하면서 소란스럽게.”
봄은 언제나 한걸음에 달려오지 못하고 몇 번씩을 뒷걸음질 친 이후에야 온다는 데에서 저와 여러분들에게도 중요한 통찰을 전해주는 듯합니다. 겨울 끝, 봄 시작 이렇게 단번에 계절이 바뀐다면 좋으련만 언제나 우리와 더불어 밀당하듯, 올 듯 말 듯 우리를 애태우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 자체도 이런 줄다리기가 아닐까요? 노력하고 애쓴 만큼 단번에 그 결과를 맞이하면 좋으련만, 우리에게 시련과 연단의 시간들을 요구하고, 수많은 고난의 세월을 통해서 마침내 우리에게 달콤한 열매를 허락한다는 데서 계절의 변화와 우리의 인생은 무척 많이 닮아있음을 느낍니다. 오늘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인 경칩을 보내면서 소중한 깨달음을 가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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